
연인과 헤어진 뒤 연락 두세 번 했을 뿐인데 스토킹으로 신고당했다는 이야기, 요즘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립니다. 저도 처음 이런 사례를 접했을 때 "설마 그 정도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생각보다 훨씬 폭넓게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2년간 접수된 스토킹 사건은 약 1만 5천 건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전 연인 간 사건이라고 합니다(출처: 법원행정처). 예전에는 "이별의 아픔을 겪는 과정"으로 이해받던 행동들이 이제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어디까지 처벌 대상일까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연락·지켜보는 행위 등을 반복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스토킹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지인에게서 들은 사례를 보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그 지인은 연인과 헤어진 뒤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상대방 직장 앞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대화 한 번만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이를 스토킹으로 신고했고 결국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당시 지인은 "사귀던 사이였는데 이게 범죄가 돼?"라며 억울해했지만, 법은 과거 관계가 아닌 '현재 상대방의 의사'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법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행위 유형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 상대방이나 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 주거지, 직장, 학교 등 일상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 전화, 문자, SNS 등을 통한 반복적 연락
- 물건을 보내거나 상대방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행위
실제로 검찰청 통계를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스토킹 범죄로 입건된 사건 중 약 68%가 전 연인 관계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출처: 대검찰청). 헤어진 뒤 감정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한 행동들이 의도와 무관하게 법적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과거에는 실제로 위협을 당하고도 "연인 사이였으니까" "사랑의 표현이니까"라는 말로 묻혔던 사건들이 많았으니까요. 다만 법 적용 과정에서 맥락과 의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단 한 번의 연락이 곧바로 스토킹이 되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명확히 밝힌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고 이후 절차, 초기 대응이 전부다
스토킹으로 신고가 들어가면 경찰은 즉시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 연락 기록, 메시지 내용,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수집합니다. 긴급응급조치(Emergency Restraining Order)라는 절차도 있는데, 이는 재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이 즉시 접근금지나 전기통신 이용 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긴급응급조치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경찰이 선제적으로 취하는 임시 조치를 의미합니다.
제가 실제로 상담했던 분의 경우를 보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더 명확해집니다. 그분은 헤어진 연인에게 "마지막으로 짐만 찾아가겠다"며 두 번 연락했는데, 상대방은 이를 스토킹으로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분은 "짐을 찾기 위한 정당한 연락"이었다고 설명했고, 실제로 이전 대화 기록에서도 서로 짐 정리 이야기가 오갔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이 났지만, 만약 초기에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겁니다.
수사 절차는 보통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고 접수 → 경찰 조사 → 긴급응급조치 또는 잠정조치 검토 → 검찰 송치 여부 결정. 이 과정에서 행위의 반복성, 상대방의 명확한 거부 의사 표현 여부, 행위자의 의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특히 '반복성'이 중요한데, 한 번의 연락보다는 여러 차례에 걸친 시도가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느낍니다. 법 적용이 다소 획일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지만, 이별 상황마다 맥락이 다르고 당사자들의 관계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커플은 헤어진 뒤에도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관계였을 수 있고, 어떤 커플은 즉시 단절하는 게 당연한 관계였을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고 단순히 '연락 횟수'만으로 판단하면 억울한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변 분들께 꼭 드리는 조언이 있습니다. 이별을 통보받았다면, 설령 이해가 안 되더라도 최소한 며칠은 시간을 두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당장 이유를 묻고 싶고 만나고 싶어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연락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문자나 메시지로 명확한 용건을 먼저 밝히고,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는 게 안전합니다. 답이 없다면 그게 답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요즘 세대는 카톡 한 줄로도 이별을 통보한다고 하죠. 받는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가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하면, 그 순간부터는 법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거부를 무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이별은 아프지만, 그 아픔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순간 범죄가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시대에 따라, 사회적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제는 이별도 '존중'과 '동의'의 원칙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시대입니다. 법이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게 기본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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